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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서신(17)-동상을 바라보며

 김형준

 2008-06-08 오전 2:38:00  4199

 

 

동상앞에서

신학교를 졸업하고 성남 공단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대학원을 다닐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루종일 이들과 함께 하면서, 이들이 가진 아픔과 애환 그리고 젊었기에 가질수 밖에 없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갈등, 또한 자신이 있는 그 자리에 오기까지에 분노와 아쉬움등을 담은 사연과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깊은 골짜기처럼 끝을 알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일주일에 이틀 공부하러 가는 날은 나누고 듣고 보았던 많은 삶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그 삶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을 느끼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잠실에가서 전철을 타고 신촌에 내리면 별천지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느낌들은 지금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다른 두 세상이었습니다

최루탄 냄새가 배여있는 긴 길을 따라올라가다보면 윤동주선생님의 동상을 지나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업시간이 임박하지 않은 시간이면 그 동상앞에 자주 멈추어 섰습니다
시간이 되지않으면 돌아올때라도 들르곤 했습니다

아직도 그 분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두고가는 아름다운 꽃을 보면
무언지 모를 희망같은 것이 그 암울한 시대의 어둠을 뚫고 다가오는것 같았습니다

안식년을 통해서 지나간 삶을 돌아보는 축복의 시간속에서
문득 윤동주선생님의 동상앞에 머물러 서기를 좋아했던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왜 내가 그 동상앞에 갔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어떤 생각을 정리했는지는 모르지만
무엇인가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갈증에 목이 말랐고

아직 인생의 아픔을 모르는 그 나이에
이 세상속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묻고 싶었던 마음이 가득한것 같았습니다.

동상에 나타난
그 분의 표정과 모습
그리고 한 곳을 응시하는 시선
움직이지 못하는 그 모습속에 담은 수많은 사연들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아 차라리 굳어버린 그 모습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 다가오기를 기다리며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그 모습

자기를 무시해도 표정하나 바뀌지않고
자기를 칭송해도 자세하나 흩뜨러지지 않고
자기를 버려두어도 외로워하지 않고
자기가 많은 사람사이에 있어도 여전히 자기자리를 지키는 분

가끔은 새들이 날라와서 배설물을 쏟아부어도
손을 올려 자기를 가꾸거나 스스로 깨끗게 할 줄 모르는 분
그리고 그 오물앞에서도 여전히 자기자신의 모습을 지키고
서 있는분

누가 예쁜 꽃과 사랑의 시선을 보내주어도
흔들리지않고 유혹앞에서도 자기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는 분

말은 없지만 수없는 말을 내 뿜고 있고
움직이지 못하지만 시대를 넘나들며 수많은 가슴속에
희망의 불을 지르는 분

자기속에 담긴 아픔을 표정하나 자세하나 변하지않고 침묵으로
많은것을 보여주는분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서, 다가 가면 같은 모습으로
반겨주는 분

암흑의 시대에 밤하늘의 별을 헤며 몸부림 쳤지만
이제는 사람의 가슴에 별을 위하여 식어버린 심장이라도
응시하는 분,


그때 내가 한 말은 다 모릅니다
그리고 그때 그 분에게 들었던 말도 기억이 나지않습니다

그러나 새삼스레 제 마음속에 드는 작은 소망은

언제나 변함없이
아직 세상이 무엇인지, 인간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어린 친구가
자기도 이해못하는 시대의 아픔과 어린 소녀들의 핏방울을
들고와서 하소연하는것을
묵묵하게 받아주며
언제나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그 분과 같이 되고 싶습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다 말할수없어서 언제나 같은 표정으로,
다 볼수 없어서 한 곳만 바라보는 그 시선으로
다 전할수 없어서 굳은 몸으로
지금 방황하는 이 시대를 향해, 울고 있는 이 시대의 아픔을 위해
또 다시 별을 헤는
그 고독을 노래하는
그 분과 같이 살고 싶습니다

왜 갑자기 눈물이 흐를까요
슬퍼할 일도, 기뻐할 일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것은 아마 그 분의 동상앞에서 배운
마음은 아닐까 조심스레 다시 헤아려봅니다
비록 오랜 세월이 흐르고, 멀리 떠나 있지만 말입니다.....
지금도 그 분의 모습이 그대로 일까요?

수없이 스쳐지나 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대의 변화가 살 길이라고 부르짖는 생존의 현장에서
왜 저는 동상처럼 되고 싶은지..

그리고 그 동상앞에서 서서
어두운 아픔의 시대를 스스로 달래며
볼을 따라 가슴까지 흘러내렸던
진한 눈물을 다시 느끼고 싶은지...

지금 그 이유를 자주 제 자신에게 묻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무엇인가를 더 많이 잃어버려가는 현실을 가슴아프게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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